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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독일. 둘 다 질린다 질려

시나브로봄 2020. 3. 19. 06:59

독일의 확진자 수는 이미 만명을 넘었고, 한국의 확진자 수를 가뿐히 넘긴 상황이다.

듣자하니 코로나 검사를 위한 핫라인은 이미 마비되어 보건당국에 연락하기조차 힘든 것은 물론, 병원에 간다하더라도 6시간 이상 대기해야한다고 한다. 지금 독일이 국경을 봉쇄하고 식료품점과 기타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관만 남기고 모두 폐쇄 조치를 하는 것은, 메르켈 총리의 담화에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다. 현재 바이에른 주의 Mitterteich라는 한 작은 도시에서는 프랑스처럼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내려진 외출금지령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도시들이 이와 같은 결단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많아지면 많아졌지, 결코 적어지지는 않을거다.

 

메르켈 총리와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일상이 이토록 순식간에 급변하는 것을 수용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달라며, 내 가족과 파트너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연대와 화합을 강조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도 독일 시민들의 실천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뭐, 창문열고 노래부르는 영상이 요즘 떠돌아다니던데, 정말 진심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다.) 요며칠 날씨가 풀려 햇살이 내리쬐는 낮, 아이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하러 쏟아져 나온 가족단위의 시민들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조깅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내 방은 통유리고, 바로 앞에 공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관찰이 된다.) 물론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전세계가 위험에 빠진 이 순간에도 간만의 햇살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함 마저 느껴진다. 그 러 나 다들 상황이 안 좋다고 하고 또 그러다보니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온갖 마트에서 온갖 생필품은 다 싹쓸이를 해버린다. 다량의 물품을 나를 수 없거나,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의 사람들은 텅빈 마트의 진열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겨우 두 달 남짓한 시간에 이 기막힌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독일이라는 이 나라를 과연 좋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인종차별은 인종차별대로, 사재기는 사재기대로, 매일같이 수백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스러지는 가운데 여전히 독감과 퉁치는 그 무지함은 무지함대로. 근 몇 주간 정말 말그대로 질려버렸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애초에 환상같은 건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사람 사는 데가 거기서 거기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내비친 민낯은 상상 이상, 기대 이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aUFMAipV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