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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교육학] 교육학 석사, 어떻게 공부할까?

시나브로봄 2020. 1. 23. 05:24

본 포스팅은 튀빙엔 대학교 Schulforschung und -entwicklung 전공에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다른 대학의 교육학 석사도 이와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참고만 해주시길 :))

 

 

 

2주간 수업을 들은 결과,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 감이 잡힌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므로^^...ㅋㅎ 넝담~

독일 교육학 석사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대략적으로 적어본다.

1. 수강학점과 학점분배(feat. 소중한 Modulhandbuch)

Modulhandbuch에는 졸업필요학점, 필수과목, 개설되는 수업, 수업별 방향성과 학점구성 등등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가있다.

Modul은 강의를 주제별로 나눈 것이고, 각각의 모듈 속에 그 주제에 해당하는 수업들이 개설된다.

예를 들어, Modul1수업, 교수와 학습의 연구와 개발, Modul2기관으로서의 학교와 전문성의 연구와 개발이라면,

Modul1 안에 1)교수학습의 연구 2) 학교 개발 및 연구 등등의 수업이 개설되는 것이다.

이 개념을 이해했다면, 아래와 같은 예시를 보고 시간표를 짜면 된다.

Modul1에서는 총 9LP를 따야하므로, 이 안에 열린 수업들의 강의계획서를 모두 확인해가며 시간표를 짜야한다. 여기까진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단계 이후,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각 수업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학점(LP)만큼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수업에서 학점구성이 출석 1LP 발표 2LP 소논문 3LP로 이루어져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내가 다른 학점을 다~ 채워서 1LP만 필요하다면, 그냥 출석만 하면 된다. 신선하다.

신박한 학점셈법이지만 단점이라면 관심있는 모든 수업의 첫 OT에 반드시 참석해야한다는 것.

각 수업마다 학점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르고, 나에게 유리하도록 시간표를 짜려면 반드시 참석해 확인해야한다.

2. 수업방식(Seminar와 Vorlesung)

수업방식에는 Seminar Vorlesung이 있다.

Seminar는 소규모(20명 내외)로 인원수가 제한되며,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기 중에 5~6p짜리 에세이 1회 제출, 종강 후 다음학기 시작 전까지 15~20p짜리 Hausarbeit를 제출해야한다.

이 Hausarbeit는 쓰기 전에 담당 교수님과 미리 주제를 논의한 후 작성을 시작해야한다.

어떤 세미나는 Hausarbeit없이 발표, 에세이, 기말시험(필기)을 보기도 한다.

아, 그리고 종강 후에 제출인 이유는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듣고 이후에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를 선정,

수업에서 오간 토론을 바탕으로 작성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대로 공부하려면 이 방식이 맞는 듯하다.

Vorlesung은 한국의 수업방식과 같은 강의를 생각하면 된다. 내용 전달을 중심으로 한다.

구성원은 30, 40명이 될 수도, 혹은 100명이 될 수도 있다.

인원이 많으면 외국대학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대형 홀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수업 내용에 따라 기말시험을 보는데, 필기시험이 될 수도 구두시험이 될 수도 있다.

3. 공부를 얼마나 해야할까.

위에서 말한 1LP는 다른 말로 하면 30시간 분량의 공부를 해야함을 의미한다.

이건 그냥 교수님들이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 정해져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이만큼을 공부하도록!!!!!!! 그에 맞는!!!! 과제를 내준다.

각 수업마다 읽어와야하는 논문과 학술저서들이 평균 30-40페이지에 달하고, 이걸 독일어로 봐야한다.

같이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도 이 정도면 주말이 없겠다며, 너무 두렵다고 했었다..ㅎ

물론 그들은 직장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같은 학생들에게도 이 정도의 공부량은 굉장한 부담이다.

모든 자료를 읽어간다하더라도, 읽은 내용들이 전부 휘발^^되어 너무나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니, 수업 시간에는 그냥 멍청하게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말을 생각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전의 말들을 이해하다보면 주제가 휙휙, 사실 결국은 언어의 문제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또 소화해내고, 거기에 내 생각을 얹는 과정까지 모두 거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하루에 읽어나가는 텍스트량이 워낙 많으니 그만큼 익숙해지는 속도도 빠르다.

각 수업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펼쳐지는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 이해하기에도 좋고,

워낙 관심있는 주제라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100% 듣고 이해하는 것만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조금은 처량하기도 하다.

독일어가 모국어였으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이 경험 많은 독일 선생님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들어볼 수 있었을텐데. 매수업이 끝날 때마다 정말 많이 아쉽다.

생각만큼 치열하고, 생각보다 고독^^...해서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